안녕하세요.
저는 이사한 후로 종종 이전 추억과 마주치는 물건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그 중 저희집에서 가장 특별했던 추억이 있다면 바로 이거예요.
다이소에서 산 펠트지와 코팅필름지.

글 쓰고, 출력하고, 자르고, 붙이고, 다림질로 코팅하고.. ㅎㅎㅎ
그래서 만든 것들이에요.

그 시절 남편과 저의 정성이 또박또박 담겨 있던
우리 결혼식의 성혼선언문, 혼인서약서, 식순 소개서.
퇴근 후 전셋집 식탁에 앉아 한 줄 한 줄 적어가던 그 시간들이 문득 떠올랐어요.
벌써 5년 전 이야기지만,
그때 우리 둘이 나눴던 고민들은
지금 누군가가 결혼을 준비하며 마주하고 있을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선택했던 조금은 다르고, 조금은 특별했던 결혼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꺼내보려 합니다.
우리가 스몰웨딩을 선택한 이유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을 고민했어요.
“어디서 할까”보다 먼저, “왜 결혼식을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졌거든요.
수백 명의 하객, 예식장, 정해진 식순과 포즈, 격식...
그 모든 게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걸까?
우리는 결국,
딱 11명만 초대한 아주 조용한 결혼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혼식은 놀랍게도 돌잔치 전용 한옥스테이에서 이루어졌어요.
왜 스몰웨딩이었을까?
우리 둘은 모두 내향적인 성향이에요.
여러 사람 앞에서 감정을 표현하고
에너지를 나누는 자리가 오히려 큰 부담으로 다가왔죠.
그래서 결혼식도
우리가 집중할 수 있을 만큼만,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들과만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하객은
신랑신부 포함 11명.
시댁 6명, 친정 3명, 그리고 우리 둘.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현실적인 선택: 예산, 그리고 우선순위
사실 우리가 스몰웨딩을 선택한 이유는
감성뿐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도 분명했어요.
우리는 부모님 도움 없이
전셋집 구하기, 결혼식 올리기, 혼수 마련, 신혼여행 가기
까지 모든 걸 우리 예산 안에서 감당해야 했죠.
그래서 우선순위를 뚜렷하게 정했어요.
살 집과 신혼여행엔 아낌없이 투자하자.
결혼식과 혼수는 최대한 힘을 빼자.
그렇게 해서,
신혼여행은 2주간 유럽으로 계획했고
결혼식은 우리에게 가장 합리적이고 의미 있는 방식인
스몰웨딩으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스몰웨딩, 정말 저렴할까?
사실 요즘 스몰웨딩도 결코 저렴하지 않아요.
우리가 알아본 유명한 스몰웨딩 공간들도
예식장 대관료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고,
소규모라고 해도 꽃 장식, 스냅 촬영까지 더하면
비용이 훌쩍 올라가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아예 발상을 바꿨어요.
“결혼식을 상품이 아니라 ‘우리만의 시간’으로 바라보자.”
그렇게 생각을 전환하고 나니
기존 웨딩업계 밖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돌잔치 장소였어요.
돌잔치 행사 진행 한옥스테이에서
친정과 시가가 수도권이라 최대한 가까우면서도
단독 공간 대여가 가능한 돌잔치 진행하는 곳을 찾아보았어요.
그러다가 용인에 어느 한옥스테이를 발견하게 된거예요.
넓은 마당, 따뜻한 햇살, 정갈한 구조.
이런 곳에서 결혼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3월 초, 사장님께 조심스럽게 문의드렸어요.
“부모님과 조용히 식사하고,
사진도 간단히 남기며 작게 예식을 하려 합니다.”
토요일은 이미 예약이 가득 차 있었지만,
6월 말 금요일은 다행히 가능했고
가족만 초대하는 우리 예식에는 딱 맞는 일정이었죠.
돌잔치만 운영하는 것 같아 이렇게 문의드리는게 부담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살짝 죄송한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사장님도 흔쾌히 동의해 주셨고,
함께 준비해 나가기로 했어요.
저희가 원하는 음향, 꽃장식, TV 등도 돌잔치에 쓰이는 것들이 있으니 도와주신다고 하셨어요.
작은 테이블에 꽃병 하나 정도 생각했던 우리는
그 따뜻한 호의에 진심으로 감동했답니다.

결혼식, 우리 손으로 만들기
- 예물과 예단은 생략.
- 반지는 평소 끼던 커플링.
- 반지 케이스는 집에 있던 예쁜 소스종지.
식순도 우리가 직접 만들었어요.
퇴근 후 전셋집 식탁에 마주 앉아
혼인서약서를 한 줄 한 줄 정성껏 써내려갔고,
그 문장을 인쇄해 다이소에서 산 펠트지에 오리고 붙였죠.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우리다운 결혼식이 되었어요.
진짜 초대는,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에 있었어요
스몰웨딩의 또 다른 장점은
초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에너지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어요.
직장 동료들에겐 조용히 알리고,
정말 친한 친구들에겐 “이번엔 가족끼리만 하기로 했어”
라고 양해를 구했어요.
대신 평소처럼 만나서 밥도 먹고,
티타임도 나누며
결혼보다 삶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주고받았죠.
형식적인 초대장보다
그런 대화들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결혼식은 결국, '우리답게 살기로 한 날'
그날 우리 결혼식엔
많은 하객이 북적이지 않아도 가슴 설레고,
온전한 시간과 공간의 따뜻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친구 초대를 못해, 결혼식 사회자가 없어서
사장님께 조심스레 부탁드렸어요.
적극 수락해주신 한옥스테이 사장님께서 직접 사회를 봐주시고,
햇살 좋은 마당엔 가족들의 소소한 웃음소리와
제가 선곡한 음악들이 잔잔히 흘렀어요.
예식이라는 말보다 ‘함께한 시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하루였네요.
그게 우리가 꿈꾸던 바로 그 결혼식이었어요.
2부에서는 스드메 준비 과정과 특별한 드레스에 관해 이야기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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